인도-태평양 경제 참여를 위한 미국의 청사진
현황: 5월 23일, 일본 도쿄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을 출범시켰다. 바이든 행정부가 오랫동안 기다려온 역내 경제 참여 이니셔티브이자 올 초에 발표된 미국의 광범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구성 요소이다. 이번 발표의 가장 괄목할 만한 부분은 몇 주 전만 해도 불확실했던 인도-태평양 지역 12개국의 참여이다. 미국, 인도, 그리고 주요 아세안 국가들이 함께하는 이번 이니셔티브의 출범은 주요 성과이며, 급변하는 역내에서 미국의 경제력을 강화하는 데에 파트너 국가들이 동참한다는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배경: 2017년 1월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한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에는 미국을 제외하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다양한 무역 협정들이 맺어졌다. 본 협정들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성장궤도가 21세기 무역, 혁신, 연결성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지면서 이루어졌다.
10월에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 소개한 IPEF는 전통적인 무역협정이 아니었다. 협정의 범위는 무역을 뛰어넘어 4개의 의제 이른바, 공정하고 탄력 회복적인 무역, 공급망 탄력 회복성, 청정에너지·탈 탄소·인프라, 조세와 반부패를 포함한다.
- 공정하고 탄력 회복적인 무역 의제의 요지는 최근 몇 년간 다수의 양자 및 지역 협정이 체결되었던 분야인 디지털경제가 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이 경제 모든 부분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본 의제는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로드맵을 구상할 목적을 담고 있다. 주제는 국경 간 데이터 흐름 기준 및 데이터 지역화, 디지털 포용, 온라인 개인 정보, 그리고 인공지능의 활용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근로자 중심 무역정책 기조에 따라, 노동 및 환경 관련 과제가 본 의제의 필수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노동 및 환경 과제는 늘 파트너 국가들이 가장 수용하기 어려워 한 부분이기도 하다.
- 공급망 탄력 회복성 의제의 주안점은 참여국 간의 공급망 다변화 공조와 공급망 차질을 막기 위한 투명성 증대가 될 것이다. 본 의제에는 조기 경보 시스템과 핵심 광물 공급망에 관한 데이터 개선 등의 새로운 정보 공유 수단이 담겨있다.
- 청정에너지, 탈 탄소, 인프라 의제는 기후 행동 이니셔티브를 담고 있으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인프라 격차를 다루고 있다. 본 의제는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 개선, 메탄 배출 저감 등의 새로운 과제를 제시한다.
- 마지막 의제인 조세 및 반부패 의제는 조세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자금 세탁 및 뇌물 방지 관련 법 집행을 통한 부패 근절 노력을 담고 있다.
역내 파트너 국가들의 반응: 예상치 못한 12개국, 호주, 브루나이,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한국,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이 동참한다.
- IPEF 출범은 미국의 성공적인 외교 성과이다. 이니셔티브에 서명한 많은 국가들 중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몇 주 전만 해도 IPEF에 매우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 회의적인 태도는 (1) 관세 인하에 대한 논의 부재 (2) 차기 미 행정부가 탈퇴할 가능성 (3) 요구 사항에 대한 정확한 정보 부족 때문이었다.
- IPEF에 대한 회의적 태도와 더불어, 파트너 국가들은 미국의 CPTPP재가입을 희망하면서도 역내 미국의 경제력 강화를 위해 IPEF에 동참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 회견에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다른 정상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CPTPP 복귀를 희망하는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동시에 파트너 국가들은 역내 중국의 경제 활동 증가와 영향력에 대응해 IPEF을 통한 미국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
- 예를 들어, 미국과 양자 무역 협정 체결을 희망해 초반에 IPEF 가입을 주저하던 인도가 입장을 바꾼 이유는 IPEF가 중국과 경쟁 관계인 인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IPEF는 FTA가 아니기 때문에 인도 입장에선 더 구미가 당겼을 것이다. IPEF 가입으로 인해 인도 기존의 이니셔티브와 쿼드(QUAD) 내에서 미국과의 협력이 보완될 것이다.
- 조항 이행을 강제하기보단 가입국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협정을 구체화시키기로 한 미 행정부의 결정을 환영한 모든 주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서명했다. 유연한 구조, 가입 의사, 그리고 외국인 직접 투자 유치에 대한 관심이 결합 되 최근 미-아세안 특별 정상회담 이후 중요한 모멘텀으로 작용했다.
- 미 의회에서 대만을 포함시키자는 강력한 요청이 있었으나 그렇게 되진 않았다. 자칫 중국의 대응을 우려한 국가들의 탈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대만과는 양자 경제 관계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 인도-태평양 파트너 국가들과 미국이 경제 활동을 강화하자 중국은 독자적으로 파트너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IPEF 출범 이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중국은 아태지역의 발전을 촉진할 것이며 고위급 개방을 확대하는 동시에 양질의 일대일로 협력을 도모하고 아태지역의 연결성을 촉진하며 안전하고 안정적인 역내 산업 및 공급망을 보장할 것이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어서 왕이 부장은 중국의 RCEP 이행 노력과 CPTPP 및 디지털 무역협정(DEPA) 가입 노력을 거듭 강조했다.
향후 전망: 성공적인 출범 후, 미 행정부는 4개 의제를 구체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회원국들은 협상 중인 안건들과 각 의제 원칙을 합의하기 위해 향후 몇 주간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실제 협상을 착수하기 위한 장관회의가 올 여름에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12개국이 원하는 구체적 사항과 목표 레벨이 다르고 구속 조항 포함 유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모든 가입국들의 만남을 성사 시키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제가 될 것이다. 또한 각국은 IPEF 가입의 가시적 혜택을 증명해 내야 하는 국내 압력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은 IPEF의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 12~18개월의 기간을 설정했으며 도출된 성과들은 2023년 11월에 미국에서 개최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서 다뤄질 것이다. 미국은 조기에 합의가 이루어져 모멘텀이 형성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