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데믹 사태가 미-중 긴장관계를 완화할 수 있을까?
2020년 4월 6일자 포린폴리시 (Foreign Policy) 특별 칼럼 기고문
웬디 커틀러 (Wendy Cutler)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
다니엘 러셀 (Daniel Russel)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
코로나바이러스가 전세계로 퍼지면서, 세계가 얼마나 복잡하게 연결되었는지 새삼 깨닫게 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오늘날 우리의 국제 공급망을 위협하고 있으며, 오로지 국제적 협력만이 이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몇달간 미국과 중국의 당국자들간 오고 간 말의 전쟁은 바이러스가 두 나라의 관계를 최악으로 치닫게 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비록 최근 들어 비난의 강도가 다소 약해지면서 어느정도 협력의 여지가 열리고는 있지만, 백신 개발, 생명구조 의료물품의 빠른 보급, 그리고 국제 공급망을 유지하는 영역에 걸쳐서는 더욱 긴밀한 협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미-중 관계는 지난해 12월 중국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되기 이전부터 급격히 냉각되었다. 대만과 남중국해 등의 오랜 논쟁의 영역에서 양국간 대립이 심화되었으며, 인권, 사이버 범죄, 그리고 홍콩과 관련한 의견대립 또한 계속되어왔거나 더욱 악화되었다. 18개월간 보복 관세를 높여온 무역전쟁은 잠시 일단락되었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며, 5G과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산업, 중국의 외신기자 퇴출 등 치열한 공방이 두 정부간 정기적인 대화가 사라지면서 이어져왔다.
이러한 면에서, 두 나라에서 코로나바이러스 이슈가 매우 정치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은 그리 놀랍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 측근은 바이러스가 우한의 생화학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는 주장을 내비쳤다. 반면, 중국 정부 대변인은 미군이 우한에 퍼뜨린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한 미국 고위 관료는 현재의 위기가 제조업 일자리를 미국으로 되돌아오게 할 것이라며 공공연히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바이러스가 캘리포니아와 뉴욕에 퍼지자, 중국 고위 당국자들은 미국에 대한 냉소를 과시했다. 은폐와 무능에 대한 비난은 서로를 깎아내리기 위해 더욱 과열되고 있으며, 각자 서로의 정부체계가 바이러스 퇴치와 방역에 더욱 적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승자는 없이 패자만 남는 게임이다. 선전과 비난은 바이러스를 잡을 수도, 악화하는 경제를 되살릴 수도 없다. 세계에서 경제규모가 가장 큰 두 나라의 비난전은 국제경제에 부정적인 파장을 초래할 것이다. 주미중국대사인 추이텐가이는 최근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주변의 음모론과 거리를 두고, 미국과 중국은 서로 비난(denunciation)을 할 것이 아니라 감정을 가라앉혀야 한다(de-escalation)는 메시지를 조심스럽게 전했다. 이러한 그의 메시지는 양국이 지금과 같은 중요한 시기에 협력적인 관계로 나아갈 여지를 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