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 중국의 중재자 역할 기대하지말라
2022년 3월 15일, 케빈 러드 (글로벌 아시아소사이어티 대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 안전 보좌관과 양제츠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월요일 로마에서 회담을 갖기 전, 서방국가들은 중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거나 갈등 종식에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했다. 최근 중국이 휴전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할 의사를 비추었기 때문이다.
일곱 시간에 걸친 회담 후,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포함한 다양한 사안들을 심도 있게 다뤘다”라고 짧게 요약했다.
한편, 중국 공식 언론은 중국 정부의 기본적 입장만 재차 보도했다. “중국은 주권과 영토보전의 원칙을 옹호하며 현 우크라이나 사태를 원치 않았지만 국제사회는 우크라이나 역사에서 현 사태의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라고 보도했다. 또한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의 확장에 따른 러시아의 정당한 안보 우려를 인정해야 하며, 중국 정부는 중국을 저해하는 그 어떤 허위 정보나 행위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러시아가 중국에 군사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해외 언론에 보도한 미 당국의 브리핑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의 이익 수호라는 중국의 기존 입장은 바뀌지 않았다. 이는 중국의 중재할 의향을 발표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지난주 발언과는 상반된다. 그렇다면 도대체 중국의 입장은 무엇일까? 그리고 푸틴 대통령이 키이우(Kyiv) 포위 작전을 시작한 지 3주가 지났지만 기습공격을 실패한 지금, 중국은 현 상황을 어떤 전략 및 경제적 관점으로 바라볼까?
장기전, 파괴력, 민간 사상자 등의 요소들이 중국을 충격에 빠트렸고, 거의 만장일치의 국제사회와 유럽의 강도 높은 대응도 그중 하나이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의 각별한 관계로 인해 중국 외교관들은 외교적 타격을 우려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도 국제 사회에서의 여파와 우크라이나 침공 전부터 빨간 불이 켜진 올해 경제 성장 전망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주 중국은 올해 공식 경제 성장 목표치를 5.5%로 설정했지만 리커창 중국 총리는 목표치 달성은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중국 경제는 시진핑 주석이 2017년 이후 국가 주도 전략을 내세우며 민간기업을 단속해 이미 불안정한 상태였다.
중국의 치솟는 물가는 단순한 문제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에너지 가격 상승은 세계 최대 에너지 수입국인 중국에 치명적이었다. 곡물 가격 상승도 시진핑 주석에겐 정치적 이슈였다. 시 주석이 3월 6일 전체 연설을 통으로 할애해 입법부의 식량 안보 노력 부진을 질타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밀 수출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은 중국에 최악의 타이밍에 일어났다. 밀 수확 철과 폭우가 맞물려 중국 농업농촌부 장관이 역대 최악의 상황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발 중국의 최대 경제적 우려는 중국 금융기관에 대한 2차 제재이다. 만약 중국 금융기관 중 대러 제재를 위반한 사항이 판정될 경우, 스위프트(SWIFT) 국제 통신망을 이용하는 중국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전쟁으로 중국이 겪을 경제 및 외교적 피해는 크지만 여전히 중국은 대러 전략 방향을 재설정하거나 전쟁 중재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다음의 4가지와 같다.
첫째, 중국과 러시아가 양국 간 무제한적 전략 협력을 위해 2월 4일 체결한 공동 전략 프레임워크가 온전한 효력을 유지 중이기 때문이다. 이 합의를 통해 푸틴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지난 7년간 쌓아온 돈독한 우애를 보여줬다. 시진핑 주석은 전략적 이익이 걸린 중러 관계를 훼손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듯하다. 중국이 우호적인 중러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주요 전략적 라이벌 국가인 미국 외 다른 문제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국제 정세 대항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둘째, 중국은 서방 국가들이 대러 지원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우려하면서도 동시에 유럽을 포함한 국제 무대에서의 자국 이익을 충분히 수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숄츠 독일 총리, 그리고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중재 역할을 논의하기 위해 화상 3자 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은 중국 내 강경파들이 중국과 유럽의 경색된 관계가 일시적일 문제일 거라고 결론짓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 시진핑 주석은 우크라이나군의 저항, 러시아군의 더딘 진전 그리고 유럽 국가들의 단결력에 놀란 듯하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은 나토의 직접적 개입이 없는 한 러시아가 군사적 목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 같다.
넷째, 설령 시진핑 주석이 중재자 역할을 맡는다 할지라도 최우방국이라 여기는 러시아를 서운하게 하지 않는 동시에 과연 어떤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떤 제안을 하면 푸틴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중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국은 입장을 고수한 채 중재할 의사를 보여왔다.
시진핑 주석이 절대적 권력을 가진 중국 체제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입장은 상부에서 결정된다는 점과 절대 뜻을 굽히지 않는 시진핑 주석의 천성이 중국의 실질적인 입장 변화를 막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는 시진핑 주석에게 위험으로 작용한다. 이미 공산당 내에선 겸손을 중요시 여기는 덩샤오핑식의 대외 정책과 상반된 시진핑 주석의 전략적 판단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으며, 일각에선 지난 35년간 중국의 경제적 발전을 견인해 온 민간 기업을 배척하는 행보로 경제적 판단력마저 의문을 품고 있다. 지난 2년간 시진핑 주석은 중국은 코로나 팬데믹에 성공적으로 대응한 반면,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실패했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주장을 일축하고자 홍콩 발 중국 본토 내 코로나19의 유행을 바라는 반대 세력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대립 의견들과 안건을 비준 시키려는 시진핑 주석이 만나 올가을 20차 당대회는 그야말로 정치적 아수라장이었다.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의 결과로 푸틴 대통령이 몰락하면 시진핑 주석이 받을 정치적 압력도 실로 상당할 것이다.
케빈 러드(Kevin Rudd)는 글로벌 아시아 소사이어티 대표이자, 3월 22일에 출간 예정인 “피할 수 있는 전쟁: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간의 재앙적 갈등의 위험성” (The Avoidable War: The Dangers of a Catastrophic Conflict between the US and Xi Jinping’s China)의 저자이다. 2007~2010년, 2013년, 호주 총리로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