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경쟁과 전쟁 사이
2021년 2월 5일, 케빈 러드(Kevin Rudd)
본 글은 아시아소사이어티 대표이자 최고경영자(CEO), 그리고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소장인 케빈 러드(Kevin Rudd)의 포린 어페어즈(Foreign Affairs)기고문(Op-ed)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최근 워싱턴과 베이징의 당국자들의 의견이 일치한 적이 많지 않지만, 단 한 가지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면 두 나라 사이의 경쟁이 2020년대의 결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거라는 것이다. 향후 10년간 아슬아슬한 외줄타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양측이 어떠한 전략을 펼치든지, 어떤 사건이 터지든지 미국과 중국 사이 긴장감은 고조될 것이고, 경쟁도 치열해질 것이다. 그러나 전쟁은 얘기가 다르다. 양국이 대재앙을 막기위한 ‘가드레일’을 설치하는 것은 실현 가능한 일이다. 필자가 ‘관리된 전략 경쟁’이라고 부르는 이 합동 안전망은 경쟁이 전면적이 갈등으로 확대되는 위험을 줄일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2020년대 안에 중국 경제가 마침내 시장 환율에 있어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미국을 능가하여 세계 최대가 될 것이라는 점을 더욱 확신하고 있다. 서구의 엘리트들은 해당 지표의 중요성을 무시할지 몰라도, 중국공산당의 정치국은 그렇지 않다. 중국은 항상 크기를 중요시해왔다. 중국이 1위를 차지하게 되면 중국 정부의 자신감과 확신성, 그리고 워싱턴과의 협상에 있어서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며, 중국의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위완화 가치를 올리고, 자본계정을 개방하며,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에 도전할 것이다. 반면, 중국은 다른 분야에서도 꾸준히 전진하고 있다. 지난 가을에 발표된 새로운 정책 계획에 따르면, 중국은 2035년까지 인공지능을 포함한 모든 신기술 분야를 지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중국은 2027년까지 (이는 기존의 일정보다 7년 앞당겨진 시간이다) 군 현대화를 마무리할 계획이며, 이는 미국과의 대만 관련 분쟁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에서 중국이 결정적인 우위를 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에서의 승리는 곧 시진핑 주석이 정권을 떠나기 전에 대만과의 강제 통일을 이룰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이는 그를 마오쩌둥과 같은 중국공산당 절대 권력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 성과이다.
미 정부는 중국의 적극적인 의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경제적 디커플링(decoupling)과 전면적인 대결구도를 선택한다면 세계 모든 나라가 편을 나누고 갈등의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그러한 결과를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많은 이들은 미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이 안정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합의된 한도 내에서 외교관계, 군사작전, 사이버 공간에서의 활동들을 관리하고, 우발적인 긴장증대를 피하며, 경쟁적이면서도 협동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양국은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과 소련이 관계를 통제하기 위해 마련한 절차와 메커니즘과 유사한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하지만 이번에는 겨우 전쟁을 피하는 수준의 죽기 직전의 상황까지 이르러서는 안 될 것이다.
관리된 전략 경쟁이란 각 국가의 안보정책과 활동을 일정부분 강력하게 제한함과 동시에 외교, 경제 및 이념 분야에서의 완전하고 개방적인 경쟁을 보장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는 미국과 중국이 양자간 합의와 다자간 회의 통해 특정 분야에서 협력하는 것 또한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구축하기 어렵지만 여전히 실행 가능한 시나리오이며, 이에 반대되는 방향의 결과는 비극적일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