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러드 글로벌 아시아소사이어티 대표 기고문: 일본 아베 총리에 대한 헌사
*본 기사는 글로벌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케빈 러드 대표가 BBC World Service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아베 신조 총리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총리였다. 순전히 운이 좋아서는 아니었다. 아베 총리는 개성과 정치적 의지, 창의성으로 일본 정치를 이끌었다. 그는 무언가를 한번 결정하고 나면 거침없는 추진력을 발휘했다.
즉, 아베 총리는 정치적 재능을 절대 아끼지 않는 인물이었다.
필자는 아시아 소사이어티 정책 연구소장으로서 2016년 아베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공식 회담을 맡았을 때 직접 아베 총리의 결단력을 목격했다.
서방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과 러시아 간의 평화협정은 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아직 이루어지지 못했다. 1945년 8월 히로히토 일왕이 패전을 인정하고 항복을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항복 문서에 공식적으로 서명되기 전까지 2주간 일본적군파가 러시아 쿠릴열도를 점령했던 것이 양국 간의 앙금으로 남아있다.
70여 년이 지난 후, 블라디보스토크 회의에서 아베 총리는 푸틴 대통령을 바라보며 수 세기 동안 양국 정상들을 괴롭혀온 미완의 과제에 대해 언급하며 연설을 마쳤다. 또한 이례적으로 공식 석상에서 푸틴 대통령을 블라디미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블라디미르, 우린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여론의 영향력이 강한 한 나라를 이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국 간의 이 문제는 우리를 너무 오랫동안 옥죄어왔습니다. 만약 우리 세대에서 이 악순환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후세가 그 결과를 지게 됩니다. 그러니 블라디미르, 저와 함께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해봅시다.”
푸틴 대통령을 포함해 회의에 참석한 모두가 숙연해졌다. 필자는 회의 진행자로서 무언가 말을 해야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그야말로 제안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놀랍지도 않게 아베 총리의 제안을 거절했고 아마 아베 총리도 예상했던 반응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노력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그는 위험을 감수할 준비를 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본인의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고 공식 석상에서 체면이 구겨지리라는 것도 알았지만 기꺼이 위험을 감수했다. 체면을 중시하는 일본에서만 아니라 모든 정치인에게 있어 이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그럴 용기를 가진 사람이었다.
아베 총리는 살아생전 많은 정치적 업적을 남겼다. 물론 실패도 그만큼 많았다. 그의 업적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지만 그 누구도 아베 총리를 겁쟁이라고 하진 못할 것이다.
그의 용기로 인해 일본 내 아베 총리에 대한 긍정적 여론이 형성되었고, 중국은 비록 적수이지만 훌륭한 지도자라고 아베 총리를 평가했다.
정적들은 아베 총리를 좋아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아베 총리를 존중했다. 그리고 세상은 그 없이는 더 적은 곳일 것이다.